[사설] 앤디 김이 가야할 길
앤디 김(42) 연방 상원의원이 지난 9일 취임했다. 한인 최초의 상원의원 선서식은 120여년 한인 이민사에 큰 획을 긋는 감격스런 장면이 아닐 수 없다. 그의 전례없는 첫걸음에 한인들 역시 전례없는 기대를 걸고 있다. 처음이라는 상징성을 업고 시작한 과거 한인 정치인들에 대한 실망감이 그 기대에 녹아있다. 한인이라는 이유만으로 과오를 덮어주기는 어렵다는 씁쓸한 경험을 한인사회는 종종 겪어왔다. 그의 마음가짐이 궁금하던 차에 지난 6일 NBC 방송이 그와 인터뷰로 묻고 싶은 질문과 듣고 싶은 답을 보도했다. 14분 분량의 방송에서 난처한 질문들이 이어졌지만 그는 단호했고, 막힘없었다. 무엇보다 돋보인 점은 현실에 대한 공감 능력과 균형잡힌 시각이다. 공화당과 어떻게 합의점을 도출하겠느냐는 질문에 그는 “함께 머리를 맞대야 한다. 국민 모두가 어려운 시기를 지나고 있다”면서 “치솟는 집값, 의료 문제 등이 주요 현안이라는 건 공화당도 공감하고 있지 않나. 서로의 의견에 다 동의하진 않겠지만, 상원이 제 임무를 다하고 있는 것을 보여줄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한국의 비상계엄에 대한 그의 시각은 한국을 경험하지 못한 한인 2세임에도 정확했다. 그는 “한 번도 본 적 없는, 상상도 못할 일이었다. 뉴스를 보면서 처음엔 번역이 잘못됐나 싶었다”면서 “여당조차 윤석열 대통령을 비난했고, 한 시간여 만에 국회가 계엄을 뒤집었다. 민주주의의 놀라운 회복력이다. 미국 정부가 기대했던 결과”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행스러운 상황에 도달했지만 여전히 비현실적이고 정상이 아니다(crazy). 책임져야 할 사람들이 많다. 한국의 친지들로부터 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역대 최저라고 들었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이번 선거에서 참패한 원인을 묻자 그는 친정 눈치를 보지 않았다. “정치에 실망한 국민의 불신 때문이다. 정치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불만이다. 그래서 주요 현안들을 강하게 추진해야 한다는 압박을 느낀다. 우리 모두 유권자들이 화났다는 것을 깨달아야 하고 바꿔야 한다.” 패거리 정치가 아닌 바른 정치를 하겠다는 그의 신념을 확인한 것은 조 바이든 대통령의 아들 사면이 국민 신뢰를 깨지 않을까하는 질문을 받았을 때다. “그렇다고 생각한다. 역대 대통령들의 잘못된 사면 남발을 국민은 많이 봐왔다. 유권자들의 불신이 높아질 것이다. 선을 넘은 것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이런 사면이 계속된다면 민주주의가 어떻게 제 기능을 할 수 있겠나. 우린 예측 불가능한 분열의 시대에 살고 있다. 앞으로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몰라 숨쉬기도 어렵다는 유권자들이 있다. 이보다 나아야 한다. 정부도 의원들도.” 부디 그가 지금의 초심을 잃지 않길 바란다. 쉬운 길이 아니라 옳은 길을 걷는다면 270만 한인 모두가 그의 편이다.사설 한인 이민사 국민 신뢰 패거리 정치가